눈이 소리를 흡수하는 이유 – 설원에서 세상이 유난히 조용한 이유

폭설이 내린 뒤, 도시도 들판도 평소보다 훨씬 조용하게 느껴진다.이것은 단순한 기분의 탓이 아니다. 눈의 물리 구조와 대기음향 특성, 표면 반사율 변화, 음파 감쇠 메커니즘이 실제로 작동한 결과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공기 중을 진동하며 이동하는 음파(소리 에너지의 파동)인데, 보통 지면이나 건물에 부딪히면 반사되며 일부 에너지가 다시 귀로 돌아온다. 하지만 폭설이 쌓이면 반사되던 소리가 되돌아오지 못하고 흡수되어 … 더 읽기

안개무지개 – 비가 아닌 안개 속에서 무지개 가 보이는 이유

무지개 라고 하면 흔히 비온뒤 하늘에 나타나는 무지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 생기는 안개무지개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 현상을 새벽의 방콕 BTS 스카이트레인 승강장에서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관찰했다. 그날은 장마철이 지난 뒤 낮 동안 습기가 쌓였고, 밤 사이 기온이 살짝 내려가면서 지표 가까이에 옅지만 밀도 높은 안개층이 남아 있었다.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간판과 조명이 미세하게 … 더 읽기

아지랑이와 신기루의 차이 – 지면의 열과 대기 굴절이 만든 착시

하늘이나 풍경이 흔들리거나 왜곡되어 보일 때에는 흔히 ‘신기루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광학 현상일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아지랑이와 신기루다. 나는 두 장면을 전혀 다른 계절, 다른 장소에서 경험했다. 덥고 건조한 태국 고속도로에서도 아지랑이를 봤고, 한국 겨울에도 태양이 눌리며 형태가 뒤틀리는 신기루를 관찰했다. 그때마다 빛과 공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 한다는것을 … 더 읽기

오로라 – 하늘 위 거대한 빛의 커튼

겨울밤 북쪽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누구나 한 번쯤 오로라를 실제로 보길 기대 할것이다. 나도 그랬다. 너무 많은 사진을 봐서인지 실제로 보면 덜 감동할 줄 알았는데, 직접 눈으로 마주한 순간 그런 생각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하늘 한쪽에서 아주 옅은 초록빛이 피어올랐다. 처음엔 눈이 착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빛이 천천히 길어지며 … 더 읽기

스카이글로우 – 밤하늘 구름아래 퍼지는 주황빛의 원리

도시에서 살다 보면 밤하늘이 이상히리 만큼 밝은 날이 있다. 어둠이 내려와야 할 시간인데도 하늘 전체가 흐릿하게 주황빛으로 뒤덮여 있는 경우이다. 어느 날 밤,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강변 도로를 지나는데 하늘이 마치 마지막 노을이 남아 있는 것처럼 밝게 보였다. 달도 없고 별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빛이 가라앉지 않고 하늘을 계속 떠도는 느낌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그 빛이 … 더 읽기

도시 불빛이 안개 속에서는 더 퍼져서 보이는 이유

저녁 무렵 도심을 걷다 보면 평소보다 조명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습기가 많은 날이나 안개가 깔린 밤이라면 가로등이 마치 여러 겹의 빛을 두르고 있는 것처럼 번져서 보이곤한다. 나는 이 장면을 처음 의식한 게 태국에서였다. 강가 근처에 습기가 유난히 많던 어느날, 평소엔 노란 원 정도로 보이던 가로등이 거대한 빛의 구처럼 확장되어 보였었다. 불빛이 밝아진 … 더 읽기

비너스의 띠 – 일몰 후 하늘에 번지는 분홍빛 경계선

하루의 끝 무렵, 해가 막 지고 난 뒤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장면은 해가 진 반대편, 즉 동쪽 하늘에서 펼쳐진다. 어느 날 나는 일몰 후 천천히 걷다가 동쪽 하늘 끝자락을 보았고, 그곳에서 은은한 분홍빛 띠가 수평선 위로 길게 떠 있었던 것을 보았다. 처음엔 구름이 붉게 물든 줄 알았지만, 주변은 맑은 하늘뿐이었다. … 더 읽기

달빛기둥 – 안개와 얼음 결정 사이 긴 백색 기둥이 만들어지는 이유

일반적으로 오로라 현상은 북반구에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달빛 또한 태양보다 훨씬 약하지만 대기 중 입자와 상호작용하여 유사한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강원도 겨울 새벽,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 산길에서 처음 목격했습니다. 하늘은 구름 없이 맑았지만, 상공의 낮은 고도층에는 옅은 박무와 승화된 얼음 결정이 존재했습니다.바로 달빛기둥 이었습니다.   달빛기둥이라 믿었던 … 더 읽기

극지방 황혼 – 태양이 보이지 않아도 하늘이 파랗게 남는 이유

필자가 극지방에 머물렀을 때 가장 놀라웠던 순간 중 하나는, 해가 완전히 져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하늘이 전부 검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남쪽 하늘부터 서서히 어두워지지만, 북쪽 하늘은 여전히 짙은 파란색과 보랏빛을 품고 있었다. 해는 이미 지평선 아래 깊숙이 숨어 있었지만, 하늘의 끝에서는 차갑고 건조한 대기 속에서 산란된 빛이 마지막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나는 그 파란빛을 … 더 읽기

보랏빛 황혼 – 차가운 공기와 낮은 태양이 만든 북쪽 하늘의 황혼

필자가 북유럽에서 잠시 지냈던 겨울, 해가 지는 순간마다 하늘이 잠시 보랏빛으로 물들던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붉은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파란빛이 어두운 하늘을 채우기 직전의 짧은 그 시간. 그 사이에만 볼 수 있는 묘하고 아름다운 색이었다.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이 동시에 섞여 만드는 이 보라빛은 남쪽 지방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고위도 황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 더 읽기